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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떨어지고 '해도 안 될 것 같다'는 아이에게 — 정시에서 뒤집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수시 발표가 하나둘 나오는 시기입니다. 이맘때 떨어진 아이들과 이야기해 보면 "해도 안 될 것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오늘은 그 말을 하는 아이와, 그 옆에서 같이 속을 끓이는 부모님께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듣기 좋은 위로보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수시에 떨어진 아이들이 "운이 없었다", "심사가 이상했다"고 말할 것 같지만, 그런 아이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대부분은 자기가 열심히 하지 않았고 실력이 부족했다는 걸 이미 인정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부족한 걸 알아도, 그걸 메울 만큼의 의지와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입니다. 그렇게 현타가 오면 고민이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 정시에는 어디를 써야 하나, 거길 쓰면 붙을까
- 부모님은 뭐라고 하실까
- 재수를 해야 하나
- 음악을 계속해야 하나, 그만두면 뭘 할 수 있나
"해도 안 될 것 같다"는 말은 게으름이 아니라 이 상태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정시에서 뒤집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수시가 끝나면 아이들은 목표라고 생각했던 학교가 생각보다 멀리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지켜보면, 정시에서 결과를 뒤집는 아이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아이가 어떤 경우인지에 따라 지금 할 일이 다릅니다.
재능은 있는데 노력을 안 했던 아이
수시에 떨어지고 나서 오히려 승부욕이 불타 확 몰아붙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원래 가진 게 있으니, 남은 기간에 제대로 불이 붙으면 상위권에도 붙습니다. 이런 아이에게 필요한 건 위로보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라는 분명한 자극입니다.
성실한데 자신감이 없던 아이
늘 열심히 했는데 시험장에서 자기 실력을 다 못 보여 준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수시를 한 번 겪고 나면 "생각보다 할 만하네" 하고 자신감이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자신감으로 정시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합니다. 수시가 실패가 아니라 리허설이었던 셈입니다.
거의 안 했거나,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아이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경우 지금부터 서울예대, 동아방송예대, 호원대, 한양대, 홍익대, 서경대, 동덕여대, 경희대 같은 최상위권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절망하면 눈높이를 한꺼번에 너무 낮춰서 거의 미달에 가까운 학교까지 내려가기도 합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부터 해도 백석예대, 국제예대, 정화예대, 여주대 같은 중위권·중상위권 학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학교들은 실기에서 대단한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화려한 곡보다 기본기를 흔들림 없이 보여 주면 됩니다. 기본기가 무엇인지는 「실용음악과 입시,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붙습니다」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해 오던 것을 더 단단하게
이맘때 SNS에는 같이 준비하던 친구들의 합격 소식이 하나둘 올라옵니다.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과 별개로, 안 그래도 흔들리는 마음이 더 싱숭생숭해집니다. 나만 멈춰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시선을 나에게로 가져오세요. 친구의 결과는 친구가 보낸 시간대로 나온 것이고, 내 결과는 앞으로 내가 보낼 시간대로 나옵니다.
이런 때일수록 특별한 합격 비법이 있지 않을까 찾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비법은 없습니다. 답은 아이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 전공 | 정시까지 집중할 것 |
|---|---|
| 보컬 | 기본기 · 완성도 · 표현력 |
| 기악 | 기본기 · 완성도 · 초견 |
정시까지는 이것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기본기가 단단하고, 보컬은 표현력이, 기악은 초견이 받쳐 주면 시험장에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수시 실기장을 잊기 전에 적어 두세요
수시는 끝났지만, 그 시험장에서 겪은 일은 정시를 준비하는 데 가장 좋은 재료입니다.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아이와 함께 적어 두세요.
- 어디서 흔들렸나 — 첫 소절, 고음, 박자, 긴장해서 손이 굳었던 순간
- 무엇을 물었나 — 심사위원의 질문과 시킨 것, 그때 내가 한 대답
- 어떤 곡이 불안했나 — 연습 때부터 자신 없던 부분이 시험장에서도 그대로 나왔는지
이 메모가 정시 준비의 출발점입니다. 막연히 "더 열심히"가 아니라, 무너진 지점부터 하나씩 메우면 됩니다. 성실한데 자신감이 없던 아이에게는 이 기록이 "다음엔 여기만 고치면 된다"는 자신감이 됩니다.
다시 시작은 아주 작게
어떤 경우든 문제는 에너지입니다. 바닥난 상태에서 거창한 계획을 세우면 사흘을 못 갑니다. 그래서 아주 작게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 일찍 자고, 아침에 일어난다. 밤새 연습하는 건 하지 마세요. 몸이 무너지면 마음이 먼저 무너집니다.
- 운동을 조금이라도 한다. 정시까지는 멘탈 싸움이고, 멘탈은 의지보다 몸과 생활에서 나옵니다.
- 매일 그날 연습할 것을 적는다. 한 줄이어도 됩니다.
- 매일 녹음해서 듣는다. 기본기는 들어 봐야 보입니다.
- 일주일에 한 번은 누군가 앞에서 해 본다. 실기는 면접에 가깝습니다. 사람 앞에서 해 본 아이가 시험장에서 덜 흔들립니다.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해 보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걸 해내는 아이가 정시에서 뒤집습니다.
부모님께
지금 정해야 할 것은 "어디까지 낮출까"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가 어떤 경우인지 보고, 남은 기간에 무엇을 할지입니다. 이때 해 주실 말도 아이마다 다릅니다.
- 열심히 하는데 부담감이 큰 아이에게는 "다 떨어져도 괜찮아. 재수해도 괜찮으니까 최선만 다해 보자." 짐을 덜어 주는 말이 오히려 힘이 됩니다.
- 열심히 하지 않던 아이에게는 같은 말이 독이 됩니다. "재수해도 된다"고 하면 그대로 손을 놓아 버립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이번이 마지막이다"가 맞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아이라면, 미달에 가까운 학교가 아니라 지금부터 노릴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함께 정해 주세요.
"해도 안 될 것 같다"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큰 목표가 아니라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연습실로 무조건 가야 하는 이유 하나입니다. 정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시를 왜 포기하면 안 되는지는 「수시에 떨어졌다고 정시를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부천경희실용음악학원 원장이 20년 가까이 학원을 운영하며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지원 학교의 모집요강을 꼭 확인하세요.